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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연결하고, 캠퍼스의 배경이 되는

대학 캠퍼스, 열린 공공 공간으로
서울시립대학교 시대융합관(이하 시대융합관)은 개교10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캠퍼스 마스터플랜의 출발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대지에 있던 기존 제1공학관은 캠퍼스를 가로지르며 시각적, 물리적 축을 형성하는 중앙 보행로에 면해있음에도 존재감이 없는 건물이었다. 중앙보행로와 이어진 앞마당 역시 경계석과 조경수, 주차장 등으로 채워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이라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우리는 노후한 교육연구시설의 혁신을 고민하는 한편, 캠퍼스에 충분한 녹지공간을 제공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열린 공공공간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춰, 대지를 캠퍼스와 적극적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대지 남측(전면)은 중앙보행로와 맞닿아 있고 건너편으로 너른 잔디광장을 마주하고 있다. 북측은 주변 주거지역과 캠퍼스를 경계 짓는 차량 순환도로가 지나며, 동서 방향으로는 대학 부속 건물들과 인접한다. 남북 방향으로 인접한 길의 높이 차, 그리고 동서 방향으로 인접한 두 건물진입부의 높이 차를 활용해 보행 동선을 입체적으로 연결하고 교차시켜 만남과 교류, 소통과 융합의 장을 만들고자 했다.

수직적 분리
, 수평적 연결
주로 실험 및 연구시설이 모여 있는 시대융합관은 기능적으로 대형 강의실과 세미나실, 라운지 등의 공용공간을 포함한다. 실험 및 연구시설은 필요에 따라 접근이 제한되지만, 강의실과 세미나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개방된 시설이기에, 먼저 우리는 지형을 활용해 서로 다른 규모와 용도의 공간들을 수직적으로 분리했다. 실험 및 연구시설은 캠퍼스의 중앙 보행로에서 최대한 뒤로 밀어 고층의 매스 형태로 집적(실험 및 연구동)하고, 강의실은 저층부에 넓게 펼쳐 마치 건물의 기단을 형성하듯 배치한 것이다. 특히 저층부는 주변 대지와 연결성을 극대화하며 새로운 그라운드로서 작동한다. ‘캠퍼스 그라운드 플랫폼’이라 이름 붙인 이 공간은 실험 및 연구동에서 중앙 보행로까지 이어진 계단식 광장과 녹지 공간, 미세하게 경사진 바닥, 다양한 레벨과 틈 사이로 계획된 보행로를 형성하며 사용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내∙외부 공간을 경험하게 한다. 뒤로 물러나 높이 솟은 매스(실험 및 연구동)는 단정하면서도 리듬감 있는 입면 디자인을 통해 자연과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캠퍼스 그라운드 플랫폼의 배경이 되도록 했다.

진입 광장
, 캠퍼스 그라운드 플랫폼
건물 전면의 중앙 보행로에서 지하층 로비까지 연결된 진입 광장은 로비와 열린 라운지, 지상의 캠퍼스 그라운드플랫폼까지 수직적, 수평적으로 확장되는 시대융합관의 중심 공간이다. 바닥 레벨이 미세하게 낮아지는 진입 광장은 지하 강의실로 자연 채광을 충분히 들이고, 저층부에 있는 공유공간(라운지, 대형강의실, 세미나실)을 외부공간과 물리적, 시각적으로 다채롭게 연결하고 확장시켜 우연한 만남과 이벤트가 가능한 배움과 나눔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곳이 학생과 교수, 교직원을 비롯한 지역주민 모두가 자유롭게 오가며 소통하는 지역사회의 공공 공간이 되길 바랐다. 동서 방향으로 인접한 대학본부와 제2공학관을 잇는 캠퍼스 그라운드 플랫폼은 열린 공유 공간으로 구성된 저층부와 실험 및 연구동인 상부 매스를 연결하는 전이공간의 역할을 한다. 실험 및 연구시설은 기능에 충실하게 배치했다. 직육면체 형태의 건물 중앙을 비우고 중정을 만들어 각 실마다 채광과 환기가 원활하도록 했다. 중정은 학생과 교직원들을 위한 전용 휴게 공간을 제공하고, 남측의 연구 영역과 북측의 실험영역을 자연스럽게 구분한다.

요소의 반복과 변주 
콘크리트, 유리, 금속, 벽돌 등 재료의 중첩과 깊이, 간격과 같은 요소들의 반복과 변주는 건물의 표정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원형 파이프 루버를 상부 매스에, 캠퍼스의 주요 재료인 벽돌을 저층부에 적용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인상을 주고자 했다. 상부 매스를 감싸는 파이프 루버는 실험실 외벽으로 노출되는 각종 설비 배관 덕트와 어우러져 기능적 입면을 형성하며, 동시에 이공학 연구시설로서 미래지향적 정체성을 드러낸다. 커튼월과 수평, 수직 부재의 모듈로 구성된 파이프 루버 입면은 내외부로 교차하는 시선을 조율하고, 내부에 유입되는 빛을 조절해 전체적으로 고른 공간감을 연출한다. 날씨와 계절,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다르게 유입되는 빛은 루버, 유리면과 만나 건물 내부에 투영, 반사, 투과되어 리드미컬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풍요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외벽과 루버 사이 이격된 공간은 건물을 유지 관리하는 관리자를 위한 효율적인 공간으로 계획됐다. 다만 초기 설계 단계에서 실제 배관을 노출하는 방식을 제안했던 것과, 실험 장비의 지속적인 입반출과 비상시 피난을 고려해 일부 구간을 전동개폐 방식으로 계획하는 등 파이프 루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계획들이 예산과 일정 등의 문제로 실현되지 못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사람을 연결하고
, 캠퍼스 풍경의 배경이 되는
학생들이 매일 오가는 캠퍼스 중심부에 자리했던 제1공학관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건물이었다. 캠퍼스 중앙의 잔디광장과 인접해 있지만, 현수막 게시대와 주차장이 울타리처럼 보이지 않는 단절을 만들고, 무표정한 시멘트 벽의 외관은 대학 건물을 다가갈 수 없는 벽처럼 인식하게 했다. 노후되어 외면받았던 대학 건물의 앞마당은 이제 캠퍼스 그라운드 플랫폼으로 탈바꿈되었다. 새 건물의 계단식 잔디밭에 걸터앉으면 중앙 보행로와 캠퍼스 중앙의 잔디 광장으로 자연스레 시선이 열린다. 잔디 광장에서 사람들이 무리지어 앉아 쉬거나, 대화를 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책을 보는 모습은 캠퍼스풍경의 일부가 된다. 짧은 공강 시간에 삼삼오오 잔디 광장에 둘러앉아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던 그 시절의 추억처럼, 학생과 시민들의 기억이 새로운 플랫폼 위에 차곡차곡 쌓이기를, 캠퍼스 풍경의 배경으로 오래도록 사랑받는 장소가 되길 기대한다.











Project : Future Convergence Building of University of Seoul (서울시립대학교 미래융합관
)
Type : New Construction
Architect : ODETO.A (주)건축사사무소 오드투에이
                 Eunju Jeong & Heewon Lee (정은주, 이희원)
Design Team : Nara Shin, Jaewon Shim, Dahye An, Taewoo Kim, Hyunjin Choi,
                        Gyoungyoung Heo
  (신나라, 심재원, 안다혜, 김태우, 최현진, 허경영)
Photos :  Texture on Text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