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건축, 모두의 미술관
다원적 가치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시민들의 공간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쳤다. 두 명의 클라이언트(도시기반시설본부와 박물관과), 설계공모로 당선된 건축설계자(건축사사무소 아크바디)와 공사 진행 단계에서의 공간기획 및 인테리어설계자(건축사사무소 오드투에이), 가구.사이니지 디자이너, 진행중인 공사의 주체(시공사와 건설사업관리단), 그리고 지역주민들. 이런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관여와 본래의 좋은 취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공공건축의 갖가지 어려움과 한계, 조건들 속에서 공간 기획과 인테리어 설계가 이루어졌다. 문제는 이런 수많은 조건들이 서로 대립하고 모순된다는 점이다. 주어진 공간은 좁지만 넓어야 하고, 작지만 많은 것을 담아야 했다. 누구나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공간과 오픈 플랜이 실질적인 운영 관리측면에서는 상충되는 지점들이 있었다. 미술관의 일반적인 기능들-전시, 교육프로그램, 컬렉션의 관리와 보존-에 더해, 작품 자체 뿐만 아니라 작품이 되기까지 과정의 기록과 아카이브를 소장하고 열람하는 공간인 미술아카이브는 기존 미술관과는 차별되는 공간 기획이 필요했다. 크지않은 공간에 도서관과 미술관, 수장고, 교육공간과 휴게공간이 적절히 분절되고 동시에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도 하면서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과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복잡한 이해관계, 많은 사람들의 관여와 여러 제한 조건들을 통제하고 전체를 규정하는 질서를 만들기 보다 오히려 부분 부분의 느슨한 관계 맺음으로 작은 부분들에 대한 질서를 중첩시켜나가며 가능성을 찾고자 했다. 여러 관계자들과 이 공간을 이용할 시민들 모두의 가치판단에 대한 공유과 합의를 통해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목적과 가치에 대한 공동선을 이루어가는 과정 또한 결과 못지 않게 중요한 건축의 영역이 되었다.
지속적 가치
우리는 이렇게 다양하고 다원적인 가치와 사고가 중첩, 융합되는 미술 아카이브의 바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에 대해 고민했다. 이 공간은 먼 미래까지 지속할 수 있어야 하며, 불특정한 상황과 사람들을 충분히 수용하고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건축은 어떤 시점에서 완결되는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계속해서 지어지는 과정 안에 있고, 건축물의 시간은 생각보다 느리게 흐르기 때문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전시해야 하는 미술관의 특성상 내부공간의 유연함이 보다 더 요구되기도 했다. 우리는 최대한 중성적인 neutral 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미술 아카이브를 찾는 사람들이 그저 새롭고 다양한 미술과 아카이브를 오감으로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 그들을 에워싸는 공간은 드러내지 않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형상figure이 아닌 배경ground이 되는 공간, 앞으로 '채워질 것 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고, 어떤 것이든 채워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존 계획안의 상호 관입하고 수평적으로 연결되는 구조적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공간의 건축적 요소들-바닥, 벽, 천장(지붕), 기둥, 계단 등-의 구성으로 만들어지는 열림과 닫힘, 빛과 그림자, 분절과 연결, 확장과 분할을 적절히 버무려 지금 보이는 것과 가려진 것, 앞으로 나타날 것 사이의 모호함과 리듬감을 주어 동적으로 연속되고 또 필요에 따라 분리된 공간으로 인지되도록 계획했다. 우리가 설계하는 범위와 영역은 내부공간에 제한되어 있었지만, 단순히 내부마감을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볼륨이 만나고 중첩되는 외부의 풍경들을 내부공간에도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Project : Art Archives, Seoul Museum of Art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Type : Renovation
Architect : ODETO.A (주)건축사사무소 오드투에이
Eunju Jeong & Heewon Lee (정은주, 이희원)
Design Team : Taewoo Kim, Dahye An, Hyunjin Choi (김태우, 안다혜, 최현진)
photos : Texture on Texture
Architecture : Arcbody
Furniture : Flat.M
Signage : Bruder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 Art Archives, Seoul Museum of Art